40여 년 전 국가의 불법행위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위자료 청구권이 아직 살아 있는가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물음에 답하며 손해배상 소멸시효 기산점의 판단 틀을 새로 정립했습니다. 김경인 변호사는 대법원 2026. 1. 22. 선고 2023다285162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리하며, 시효가 흘러가기 시작하는 시점을 둘러싼 종래의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짚었습니다. 아래는 이 판결의 쟁점을 자주 묻는 질문 형태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김경인 변호사 — 원본 보기

Q1. 이 사건의 핵심 대립 구도는 무엇이었나요?

국가 측과 유족 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부딪혔습니다. 국가는 유족들이 보상금 지급결정을 받은 시점에 이미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으므로, 그때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시작되어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유족 측은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므로, 시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맞섰습니다.

Q2. '화해간주조항'은 어떤 규정이었나요?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있던 규정입니다. 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금 등을 지급하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피해에 대해 민사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상금을 받았으면 더 이상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조항으로 인해 관련자의 가족들은 별도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자체가 불분명한 상태에 놓였습니다.

Q3. 유족들은 왜 수십 년이 지나서야 소송을 냈나요?

전환점은 2021년 5월 27일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화해간주조항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김경인 변호사는 이 위헌결정 이후 유족들이 같은 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Q4. 2심(원심)은 왜 유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나요?

원심은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이 화해간주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보상금 지급결정과 관계없이 원래부터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보상금 지급결정일에 이미 소멸시효가 시작되어 3년이 지났다는 논리였습니다. 얼핏 논리적으로 들리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Q5. 대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뒤집었나요?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소멸시효 일반 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는 요건도 함께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판단하는 궁극적 기준이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이라고 선언했습니다.

Q6.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구분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구분종전 판례이번 전원합의체
장애사유 분류법률상 장애 / 사실상 장애두 구분이 늘 명확하지는 않음
시효 진행 차단원칙적으로 법률상 장애만기대가능성 부정 사유면 가능
핵심 기준장애의 성격권리행사의 객관적·합리적 기대가능성

종전 판례는 원칙적으로 법률상 장애만이 시효 진행을 멈출 수 있다고 보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는 두 구분이 언제나 명확하지도 않고 어떠한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 기준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권리행사의 객관적, 합리적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다면 전통적 의미의 법률상 장애가 아니더라도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Q7. 대법원이 국가의 책임과 관련해 특히 강조한 점은 무엇인가요?

가해자인 국가가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법률관계를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피해자인 국민이 권리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나중에 법령 해석을 통해 권리행사가 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시점에서도 권리행사 가능성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김경인 변호사는 화해간주조항의 적용 범위가 법문상 불분명했음에도 국가가 그 불명확함을 해소하지 않은 점을 짚으며, 이런 상황에서 불명확함의 불이익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김경인 변호사가 공개한 블로그 글을 미디어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구체적 사안은 변호사와 직접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